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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으로 한국에 살면서 받았던 가장 어려운 질문 중의 하나는 아마도 '한국과 고국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2년 반 전에 한국에 온 뒤부터 여러가지 다른 답변을 해왔지만 대개는 표면적인 차이들이었다.

예를 들어 밥을 먹을 때 포크와 나이프로 먹든 젓가락과 숟가락으로 먹든, 이런 것은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문화나 겉모습, 혹은 언어가 아니라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다.

선생과 제자, 남편과 부인, 혹은 직장 동료 사이 등 대부분의 인간 관계에서 한국은 서양과 아주 분명한 차이점을 보여준다. 그 모두가 다 흥미로운 소재이긴 하지만, 나에겐 인간으로서 서로를 대하는 방식의 차이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었던 하나를 골랐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다.

서양의 전형적인 '부모-자식 관계'가 무엇인지 말하긴 어렵지만, 간단히 필자의 가족을 예로 들어 시작하는 것이 가장 쉬울 것 같다. 어렸을 적을 뒤돌아보면, 우리 부모님은 나를 사랑과 존중으로 키우셨다. 사랑이라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내가 필요로 할 때 항상 정서적으로 나를 뒷받침해 주실 수 있었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진실된 관심과 지원으로, 나 역시 부모님을 더욱 사랑하도록 만들었다는 말이다.

존중이라는 말은 어렸을 적부터 두분이 나에게 주셨던, 나 역시 책임을 져야하는 한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아이였을 때에도 부모님은 나에게 아기 대하듯 얘기하지 않았고 수긍이 가는 논리적 설명 없이 그저 따라야 하는 명령을 하신 적이 없었다. 대신 두분은 나에게 의견을 잘 정리해서 조용하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전하도록 바라셨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든지 우리가 같이 결정을 내린다는 느낌을 받았다.나는 한 번도 부모님에게 체벌을 받아본 적이 없다. 방임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나와 형 모두 한 번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 아마도 아버지에 대한 진정한 존경심과, 만든 사람에겐 적용되지 않는 규칙이 아니라 아버지의 선례를 따르며 옳고 그름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체벌 없이 자란 탓에 부모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랄 수 있었다.

오히려 나는 얼마나 바보스러운 짓을 했든 혹은 나쁜 짓을 했든 내가 한 모든 것을 부모님께 다 말씀드렸다. 그래서 내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언제나 부모님께 충고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심각한 문제가 생기거나 여러가지로 기분이 정말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도움을 청하는 곳은 바로 부모님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공생에 대해 전직 판사셨던 아버지께 배운 가장 소중한 가르침은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공정해야 하며 각자의 자유와 그 제한선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도 한 사람이 해도 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어린 나에게 어떻게 설명해주셨는지 기억이 난다. 딱 이 한 문장이었다.

"한 사람의 자유는 그것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할 때 끝난다".

이 아주 간결한 문장 하나가 자유·개인성·타인에 대한 존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다 함축하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자라는 데 중요한 다음 단계는 '떠나는 것'이었다. 나는 열 다섯살 때 집에서 나와 기숙사 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부터 부모님 집에서 살기 위해 돌아간 적이 없다. 새롭게 찾은 독립은 당연히 부모님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쳤는데 이로인해 나는 내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고 나 자신을 위해, 내가 삶에서 원하는 것을 결정하는 데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제 집에서 떨어져 아주 오랜 시간을 살며 부모님을 일년에 한 두번 보게 되면서, 나는 우리의 관계가 아주 깊은 우정으로 숙성되었음을 느끼며, 그 시간동안 신뢰를 쌓고, 서로를 도우며 깊숙한 감정들을 공유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더 단단해진 결속력을 느낀다.

내 경험을 한국의 많은 부모-자식 관계에 비교해 보면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한국에서 부모와 자식은 보통 동등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으며 윗사람과 아랫사람으로 엄격하게 나뉜다. 부모는 보통 서로 의견을 나누며 열린 대화를 하기보다는 자식에게 복종을 요구한다. 그런 권한을 갖는 이유는 종종 나이가 많다는 것이며, 아이들의 경제적 의존은 힘의 원천이 된다. (나이가 많으면 당연히 아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은 논리적으로 봤을 때 의문스러운 것이기는 하다.)

아이들은 또한 부모에게 순종해야 한다고 배운다. 잘 따르면 상을 주는 대신, 부모들은 종종 아이들을 순종시키기 위해 체벌을 한다. 내가 아주 많이 본 독특한 체벌 중 하나는 감정 체벌인데, 아이들에게 과도한 죄책감을 유발하는 것이다.

한 예로 어떤 엄마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집에 늦게 들어오자 밤 늦게까지 자지 않고 자신의 근심과 피로에 대해 불평하고 울면서 자신은 엄마로서 실패했고 아이의 행실로 온 가족 사이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여린지, 부모의 사랑과 찬성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특히 그들이 부모에게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고려해 보면 극심한 죄책감에 빠지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부모들은 자신들 세대와 아이들 세대 간의 삶의 차이를 비밀로 하지 않으며, 대신 아이들을 학교나 대학 등에 넣기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지 등을 상세히 얘기하여 아이들에게 빚졌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다시 논리적으로 보면, 아이를 갖는 것은 부모의 선택이지 아이들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에게 책임과 의무가 있지만, 아이들은 그런 일들을 부모에게 보답해야 하는 빚을 지고 태어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아이들의 재정적 의존은 부모에게 힘을 주는 또 다른 원천이다. 잘 발달되지 않은 한국의 학비 대출 시스템으로 아이들은 부모의 재정적 지원 대신 자유를 반납하며 대학 생활을 하게 된다. 또한 비싼 보증금의 렌트 시스템과 아이들에게 부모 없이 쓸 수 있는 저축 예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고정적인 수입이 생길 때까지 독립해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당연히 많은 한국인들은 돈을 충분히 벌게 되는 즉시 이사를 나간다.)

비슷한 맥락에서, 비교적 작아서 모두가 서로를 아는 딱 한 도시에 거의 모든 명문 학교와 직업이 다 몰려 있는 것은 아이들이 부모의 지배에서 '탈출'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한다.

다른 예들이 많이 있지만, 그 많은 예를 다 쓴다고 이 글이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대신 나의 개인적인 결론은 부모가 자녀를 그런 식으로 대한 결과로, 그들 사이는 영영 거리가 있게 되며, 개인적이지 못하고, 깊다기 보다 조금은 차갑게 남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도 그것이 부모의 뜻에 일치하지 않으면 숨겨버리든지, 거짓말로 덮어버리든지, 혹은 진실로 원하는 것도 아닌 일을 위해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법만을 배우게 될 것이다. 당연히 그 아이들은 자라나서 결국 어른이 되고 한국의 미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라난 방법은 훗날 그들이 배우자를 대하고, 친구, 직장 동료와 상사를 대하는 자세와, 새롭고 독창적이지만 입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내는데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긍정적인 것인지 혹은 부정적인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몫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그렇게 대하는 것이 정말 순수한 사랑인지, 아니면 구속인지 하는 문제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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