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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해보다 조용하게 크리스마스가 지나갔습니다.

성탄 선물로 합격 소식을 받으신 분들도, 합격자 발표는 했다는데

전화 한 통, 메일 한 장 없어서 고개를 떨구고 계신 분들도 있겠네요.

만만하게 본 조그만 회사의 그저그런 자리조차 거부당해서 가뜩이나 자신감은

쪼그라드는데, 평범하기만 한 동창 녀석의 대기업 합격 소식은 여러분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려 놓기도 할 겁니다. 제가 취업 컨설팅을 할 주제는 못 되지만

비록 몇 년일망정 먼저 사회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이력으로 도움의 글을 올렸습니다.

사회에서 과연 나란 사람을, 내가 가진 능력을, 남을 배려하는 겸허한 인간성을

알아봐줄까 하는 막연한 불안함과 취업에 대한 어려움으로 고통 당하고 있는

이 카페의 많은 구직자들에게 제 글이 어두운 길을 비추는 작은 불빛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저로서도 정말 기쁜 일입니다.

저도 몇 발자국 앞서 걸어간 선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여러분도 꼭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사시길 권해드립니다.

저는 메일을 통해 혹은 이 게시판을 통해 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꼭 원하는 곳에 취업하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훗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아름다운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것도 믿습니다. ^^

자기소개서는 사진의 캡션에 비유 할 수 있습니다. 캡션은 뭘까요? 바로 사진설명을

말합니다. 한국어판 뉴스위크지를 보세요. 발행되는 시사잡지 중에 최고의 퀄리티를

가진 잡지 중의 하나입니다. 그 퀄리티의 방증은 뉴스위크가 보유한 최고 기량의 사진작가들

입니다. 세계 최고의 사진 작가가 찍은 사진들이 뉴스위크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패전 후 이라크의 처참한 풍경 사진을 설명하는 캡션이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이 남긴 것. 굶주림, 울음소리 그리고 절망’ 한 줄의 캡션은 사진으로 미처

표현하지 못한 비극적인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화룡점정이 됩니다. 이미지는

언어의 도움 없이는 닻을 내리지 못합니다. 여러분 내면의 아름다움과 높은 비전과

남다른 포부도 언어의 도움 없이는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의 이미지와

내면의 깊이를 드러내는 것이 자기소개서입니다.

만약 취업을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랑 팀이 되어서 일하고 싶으세요?

스카이를 나온 그럴싸한 학벌에 이성적이고 똑똑하고 명철한 사람인가요? 아니면

화려한 외국어 실력에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글로벌 신지식인가요? 여러분과 최고의

파트너십을 이루려면 명석한 두뇌와 외국어 실력보다 이것이 바탕이 된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바로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토양이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어린아이한테도 배울 것이 있다고 인정하는 마음이 ‘겸손’한 동료를 만난다면

여러분은 정말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개인의 능력이 출중한 것은

참으로 축복받은 사람이요, 부러운 사람입니다. 소위 말하는 개인플레이로 일하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지 않는 장점을 상사와 동료를 통해 발견해

가며,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며 결과를 내는 것이 당장은 좀 불편할 수 있어도 분명

행복한 작업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한없이 답답하고 미련하게만 보였던 동료에게서

매출에 관해 꼼꼼하게 정리해 놓은 몇 년치 데이터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며칠을 야근하며 몇 년치 데이터를 따로 구하지 않아도 그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면 그건

직장생활의 커다란 행운입니다. 소리만 질러대는 성질 급한 차장에게도, 이기적이고

소심해 보이는 후배에게도, 설령 낙하산으로 뚝 떨어진 얄미운 동료라고 할지라도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인간적인 장점과 나보다 월등히 뛰어난 업무의 스킬이 하나씩은 있습니다.

상사와 동료를 짓밟고 올라가겠다는 생각은 직장생활을 말할 수 없이 삭막하게 합니다.

개인플레이로 반짝하고 찬란하게 빛나면서 고속 승진의 기차를 탈 수도 있습니다.

기업은 성과위주로 개인을 평가하니까요. 하지만 오래지 않아 주위의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버리고 정작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결정적인 순간에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씩씩한 마인드로 고속승진을 하다가

퇴직의 급행열차를 타는 사람들이 기업에서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바로

‘배려’와 ‘겸손’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기업에서 반짝 할 수는 있어도 단명합니다.

조직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발전하는 휴먼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이 왜 ‘배려’와 ‘겸손’을 갖춰야 하는지 이해를 하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분명 내가 가진 것이 넘치다 싶으면 내놓을 수 있는 넉넉함과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서로 도와야 한다는 배려심과 내가 부족한 점은 남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겸손한 마음을 지녔을 겁니다. 근 삼 십년이 다 되도록 가정교육, 학교교육,

종교교육을 통해 내면을 아름답게 갈고 닦았을 겁니다. 여러분이 갖고 있는 내면의

이러한 장점들은 자기소개서를 통해 언어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드러낼 길이 없습니다.

기업에서는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여러분의 내면의 장점과 조직에 대한 친화력, 일에

대한 포부와 남다른 열정을 발견하려고 할 겁니다. 기왕이면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사랑을 베푸는데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을 고르려고 합니다. 금융권에서는 돈으로 사고치면 안 되기 때문에 특히 가정환경과

성장과정을 자세히 봅니다.

이제부터 지양해야 할 안타까운 자기소개서를 분류를 통해 살펴 보겠습니다.


* ‘인생극장’ 시나리온가 싶은 ‘구구절절 읍소형’

‘나의 인생 고난사’ 같은 제목이 어울릴 법한 구구절절한 자기소개서는 입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5살 때 아버지는 막노동 하시다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파출부 하시며 저와 동생들을 키우셨습니다. 제가 꼭 입사해서 우리 가정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저를 꼭 뽑아주세요. 생계가 막막한 불우한 가정 하나 살리는 셈 치고, 청년가장

구원을 통해 인류애를 실현한다는 셈 치고 저를 뽑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이미지를 언어로 드러내는 캡션입니다. 설령 정말 이런 환경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이런 식의 기가 막힌 인생역전의 나열은 자신의 이미지를 우울하게

만들어 버릴 뿐이지 입사에는 도움이 안됩니다. 기업은 동정심으로 사람을 뽑지 않습니다.

불우한 가정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뽑아달라는 애걸복걸은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자신의 긍정적이고 밝은 면을 부각시키세요. 너무너무 불행한 가정사가 있더라도

되도록이면 밝히지 마십시오. 자기소개서는 말 그대로 부모님의 어려운 인생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공식적인 PR문서입니다. 부모님이 남겨주신 불행과

가난은 부모님 세대에서 이제 끝난 일입니다. 배제하셔도 됩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긍정적인 성격의 아무개가 가장 무난합니다.


* “하면 된다”, “최선만이 살 길이다”, “진인사대천명” 진부한 교과서형

각 자의 개성과 센스만큼이나 다양하게 나와야 하는게 자기소개서인데 접수되는 자소서는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습니다. 격언을 적당히 넣은 교과서 같은 자소서는 너무 오래된

버전입니다. 그 많은 서류더미 속에서 그냥 묻혀버리기 쉽습니다. 서류라도 통과하려면

자기소개서가 남달라야 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남들과 차별이 안 되는 밋밋한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 특색있는 자기소개서야 말로 서류통과의

열쇠가 됩니다. 특색있는 자소서를 위해서는 남이 안 한 특별한 봉사활동 경험이나,

해외여행을 통해 얻은 큰 꿈과 비전을 잘 포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됩니다.

대학시절 협력을 통해 얻어낸 값진 결과나 자신의 성실함을 드러내는 학창시절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내면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자소서의

성공전략입니다.


* 의성어, 의태어, 감탄사로 무장한 쇼핑호스트형

“짜잔! 정말 오래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 귀사의 입사지원을 오매불망 꿈꿔오던

재치만점, 생기발랄 소녀입니다. 깜찍이 외모! 아이디어 톡톡! 면접 때 뭔가

보여드릴게요.” 이런 자소서를 볼 때마다 홈쇼핑이 너무 안방을 파고든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쇼핑호스트의 생생한 말투를 연상케 하는 아주 깜찍한 자소서도

여학생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굵은 글씨로 차별화 시킨 의성어가 남발하는

이러한 자소서는 정말 난감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진지함을 상실하고 자소서의 본래

목적을 망각한 자소서라 할 수 있습니다. 깜찍이를 외치며 면접 때 도대체 뭘 보여주겠다는

건지도 모호합니다. 개그콘서트 신인모집에나 보내면 좋을 자소서죠. 이건 뛰어난

유머감각과 재치로 차별화시킨 자소서가 아니라 입사하기 싫어서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입니다. 이런 자소서가 없을 것 같죠? 아니요. 있습니다. 그것도 꽤 많습니다.

덧붙여 이력서에 삽입하는 사진은 단정한 정장 차림의 사진이 기본입니다.

제발 나시 입고 찍은 사진 넣지 마세요. ^^ 아무리 섹시하고 예쁘게 나왔다고 해도

나시 입고 찍은 사진은 서류에서 걸러집니다. 그리고 반팔입고 찍은 사진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이고 입사지원 서류에는 안 어울립니다. 남자들 중에 라운드 티셔츠

입고 찍은 사진도 많은 이력서 가운데 섞여있으면, 명석해 보이지 않고 좀 흐리멍텅해

보여요. 최소한의 예의와 격식을 갖추는 것도 참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일단 많은 서류 가운데 어딘지 모르게 부족해 보이면 그만큼 실패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 실패확률을 줄이는 것이 지혜로운 도전입니다.


* 회사 이름만 바꿔서 내는 우직한 돌쇠형

자소서는 자신의 경쟁력이 입사를 원하는 회사에서 어떻게 빛을 발할 수 있는지

공식적으로 당당하게 PR해서 인사담당자들에게 합격이유를 설득하고 납득시켜야

하는 개인의 브로슈어입니다. 정보통신 회사라면 회사의 업무와 자신을 단단하게

결부시킬 무언가를 밝혀야 합니다. 즉 나한테 정보통신에 관련된 자격증이 이러이러한게

있으니까 나를 뽑으면 분명히 회사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핵심 문장을

뽑아야 합니다. 수 십 군데 회사에 도전을 하다보니 가끔 미처 못 바꾼 다른 회사 이름이

쌩뚱맞게 튀어나오는 자소서도 있습니다. 이름만 바꿔서 들이미는 자소서는 그 회사를

꼼꼼히 분석하고 자신의 능력과 효과적으로 매치시킨 자소서에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우직하게 수십 군데 회사에 이름만 바꿔서 자소서를 제출했다면 이제 방법을 한 번

바꿔보세요. 얼마나 공을 들인 자소서인지 회사 이름만 바꿔서 들이댄 자소서인지

인사팀장들은 귀신같이 알아냅니다. 만약 시간이 너무 없어서 회사 이름만 바꿔서 낼

때에는 두 번, 세 번 확인하세요. 미처 안 바뀐 다른 회사 이름이 혹시 남아 있지 않은지요.


* 근원을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은근한 협박형

“이렇게 능력있는 저를 안 뽑으시면 분명 후회하실 겁니다. 저에게 면접의 기회를 안

주신다면 분명 실수하시는 겁니다. 저는 이번에 떨어진다고 해도 내년에도 후내년에도

또 도전할 테니까요.” 경력도 아니고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하는 자소서에 너무 엄청난

능력을 운운하며 후회할거다, 실수하는 거다 협박하시는 분들 꼭 있습니다. 이런 자소서도

조금 부담스럽죠. 기업에서 매력있게 생각하는 사람은 담백한 인간입니다. 나이든 꼰대일

수밖에 없는 상사의 충고도 담백하게 접수하고, 지적을 받으면 바로 고치려고 노력하는

담백한 사람. 동료의 아픔에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담백한 성품을 갖추고 당장의 성공에

우쭐하지 않고, 실패에 금방 좌절하고 낙담하지 않는 유연함을 갖춘 담백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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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를 차별화 시키는 것이 연이은 서류낙방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

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이 카페에 있는 여러분 모두의 인생 이력서에 다가오는

2005년도가 인생 최대의 승부에서 가장 멋지게 성공한 역사적인 해로 기록되기를

기원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04년도 마무리 잘 하세요. 더불어 새 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저도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신랑이란 맥주 한 잔 해야겠네요.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올 한 해 잘한 일 칭찬해주기 게임이나 하면서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싶네요.

인생 뭐 있겠습니까? 젊음을 재산으로 희망을 밑천으로 용감하게 들이대는 거지요. ^^

아자, 아자, 파이팅!!!


보탬: 저한테 아주머니 아주머니 하면서 문의 메일 보내면 저 마음 상합니다. ㅡㅡ

저 그렇게 아줌마티 나는 노땅 아니거든요. 어디 나가면 다들 결혼한 줄 모르던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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