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없애고 장손사표 냈습니다.

일단 명절에 화목하지 않습니다.
(명절은 그냥 우리집은 식당인가 싶네요) 
가부장의 끝판왕에 내 형제만 소중한 아버지 덕분에 
작은어머님이나 식구들이나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아버님 형제 8남매가 애들포함 30명~40명 방문합니다.) 
사촌동생들은 의례 접시 한장을 안나릅니다. 심지어 사먹는 음식은 정성이 아니라며 모든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매년 명절은 어머니와 아내, 제수씨 저와 제 동생들은 파김치가 됩니다. 

대부분 친척들은 당연시 빈손으로 와서 손님 행세하다 집에 갈때는 냉장고며 선물온 과일이며 탈탈 털어서 싸들고 갑니다.
아버님이 생전에 그리 동생들이 뭘 가져가는걸 흐믓해 하셔서..제 플스며 스위치며, 닌텐도도 모두 사촌 동생들이 털어갔죠
심지어 제 청바지며 패딩이며 조카들이 달라고하면 제 의지와 무관하게 저는 장손큰형의 배포로 하하 웃으며 넘겼습니다. 
참고로 저희 집은 겨우 가난하다는 소리를 면할 정도였고 아버지는 40대초반 이후 돈벌이를 하신적이 없습니다.   

장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친회, 선산 유지등 고정 비용이 상당합니다. (종친회에서 받은건 1원하나 없습니다.)
종친중에 선산 팔고 사기치고 나른 양반때문에 이장이며 납골묘 재조성하는데 십년전에 수천만원도 부담했죠
코로나 이전에 사업이 잘된다고 소문나니 한달에 두세번씩 종친회 전화 받았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종친(?)들 취업청탁 및 돈타령 ㅠㅠ 사무실로 연락없이 찾아와서 
"내가 느그 증조 할아부지의 사촌의 막내의 세째 사위인데 블라블라... ㅠㅠ"  
돈은 명분에 따라 냈지만 취업 청탁 안들어면 바로 그자리에서 호로자식 소리 듣고
툭하면 장손한테 때려 죽인다 선산에 불지른다... 각종 패악질에 시달렸죠  

결론은 아버님 돌아가시고 1년 만에 장손사표 냈습니다. 
종친회 가볍게 정리하고 인연을 끊었습니다. 
아버님 형제들의 난리 부르스는 그래도 가족이니 정중하게 응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총대메고 전화해서 욕이란 욕을 다하는 작은아버님께 
"저는 장손 사표를 쓸테니 앞으로 작은아버님의 장남인 OOO이 장손입니다." 이랬더니 
"갸가 뭔 죄를 지었다고 장손노릇을 하냐!"고 버럭이네요
"저는 무슨죄를 지었습니까?" 라고 하니
머뭇거리다 "느그 아부지 아들인 죄"라네요 ㅎㅎㅎㅎ

아버지의 요청에 못이겨 매년 100만씩 내던 형제계 회비는 유지해달라기에 1원도 못낸다고 거절하고
쌓인게 많아서 앞으로는 연락하셔도 전화 받지 않을테니 용건이 있으시면 문자만 하라고 했습니다.
작은아버지가 전화를 돌렸는지 고모들한테도 너를 업어키웠더니 패륜아로 자랐냐는둥 재미있는 문자가 오길래 싹다 차단박았죠
(그런 사실 없습니다. 그냥 놀러와서 업어 준 수준)

아내는 적응을 못하네요. 추석에는 제주가서 오름이라도 돌아야 겠네요. 
아무튼 이번 명절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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