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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를 진학하려는 수험생과 학부님들에게
얼마 전에 수능성적이 발표된 것을 보았습니다
내년부터 입시제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올해는 특히 안정하향지원이
두드러질 것라고 하더군요
당사자이신 수험생과 학부모님들의 마음이 여러모로 심란하고
어떤 과,어떤 학교를 선택해야할 지 한참 고민중에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현재 개원하고 있는 일명 동네의사입니다
여러 수험생가운데 의약계열로 지원하고자 하는 수험생과 가족들에게
몇가지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글이 길지만 끝까지 읽어보시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의대,약대,치대,한의대 가운데 의대는 가지마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혹시 "의사들 수가 많아지니 경쟁을 줄이려고 의대
가지말라고 하는 것이냐?"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제가 여기서 의대가지말라고 이야기 한다고 해서 의대가 미달될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엄청난 경쟁률 속에서
누가 채워도 채울 겁니다
이와 같이 의약계의 초강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과거부터 줄곳 이어져
왔고 최근 몇년동안은 더욱 초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안정인 전문직"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최근 공무원 시험에 수십,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는 것도
최근 우리사회에 두드러진 안정적인 직업과 미래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는
것일 겁니다
저는 앞에서도 말했듯이,사람들이 안정적인 전문직이라고 생각하는
개원의사입니다
먼저 과정을 지나온 선경험자의 입장에서 의대를 진학하려는 수험생들에게
그 성적이면 , 그리고 안정적인 전문직을 원한다면
의대보다는 치대,약대를 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의대는 최근 , 한의학 개방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열외로 하겠습니다)
A.의대보다 치대,약대를 지원하는 것이 더 좋은 이유
1.의사는 교육과정이 너무 깁니다
학부 6년
인턴.레지던트 5년
펠로우1-2년
(전임의라고도하며 레지던트 월급보다 박봉이거나 아예 월급이 없기도 합니다)
해서 도합 12-13년입니다
물론 전임의는 강제조항이 아니라 선택사항이지만 현실적으로 점점
전임의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추세이고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심해집니다
게다가 남자의 경우 군복무 38개월까지 치면 15-16년 정도 됩니다
만약 남학생의 경우 재수하지 않고 20세 현역으로 의대에 입학해서
위에서 말한 과정을 다 거칠 경우 35-36세가 됩니다
물론 중간에 유급이나 휴학으로 쉬는 일이 없이 다이렉트로 쭉
갔을 경우에 말하는 것입니다
만약 의학전문대학원코스를 밟을 경우 여기에 2년을
더 더하고 대신 군복무기간이 38개월에서 22개월로 16개월 줄어들게 되는데
결국 비슷비슷하지요.
정말 가장 젊디 젊은 나이.인생의 가장 황금기를 공부와 수련,병원에 얽매여
보내게 됩니다
반면. 치대,약대는 기간이 훨씬 짧습니다
물론 치과의 경우 아직 전문가 정식으로 인정이 되고 있지 않지만
실제로 전문의 과정을 수련하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서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의대에 비하면 그 기간이 다소 몇년이라도 짧습니다
큰 메리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2.정작 써먹지 못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정말 황당하게도
이렇게 오래도록 공부를 해서 전문의를 따고 나오면 거의 써먹지를 못 한다는
겁니다
실컷 배우고도 정작 써먹지 못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
먼저 의사들의 진로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의사들의 진로는 크게 5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의대교수가 되는 겁니다
학교에 남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배운 것을 썩히지
않고 써먹고 싶은 사람들은 의대교수가 되려 합니다
하지만 늘 자리가 부족해 그 가운데 일부만 교수가 됩니다
둘째.취직을 합니다
종합병원이나 개인의원에 취직을 하는 의사를 봉직의사라고 합니다
특히 수술을 할 수 있는 시설과 규모가 갖추어진 병원에서는
외과의 경우 고난도의 수술은 아니더라도 간단한 수술 등을 할 수 있어
그나마 배운것 가운데 일부를 써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봉직의사는 본질적으로 월급쟁이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월급쟁이가 그렇듯
때가 되면 그만두거나 다른 곳으로 가야 합니다
세째.공무원이 되는 겁니다
아주 극 소수지만 보건복지부나,보건행정계(특히 보건소) 공무원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애석하게도 최근에 보건소장(4급공무원) 임용시 의사면허 소지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네째.기타.
의학전문기자(홍혜걸,이충헌 등),외국계 제약회사 취직
등이 있지만 이것도 아주 극소수입니다
다섯번째. 개원
결국 대부분의 의사들이 종국에는 '
저처럼 개원을 해서 동네의사로 살아가게 됩니다.
졸업후 일반의으로 바로 개원하거나, 전문의 취득후, 혹은
전임의까지 마치고, 혹은 봉직의 생활을 몇년 하고 나서 개원을 하든지
개인에 따라 중간 코스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대다수의 의사들이 개원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개원을 하면 대부분 감기,배탈,간단한 피부병,물리치료 같은
흔하고 경한 질환을 주로 보게 되는 일명 동네의원이 되는데
이때부터는 15년 넘게 배워온 고도의 전문기술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어집니다.
저의 병원 근처에 대학 선배님이 몇분 계십니다
한분은 외과의사인데 대학에 있을 때는 간암수술,위암 수술을 하던 분인데
개원해서는 저처럼 감기환자를 보고 있는 동네의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칼 쓰는 일이라고는 가끔씩 사마귀나 티눈 떼고
겨울철에 포경수술 몇개 하는게 다지요
가끔씩 회식에서 만나면 하시는 말씀이 "내가 이렇게 감기 치료나 할 것
같으면 뭐하러 그 고생을 해서 수술을 배웠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소연을
하곤 합니다
3.의료보험제도의 제약이 너무 심합니다
개원의사에 비하면 종합병원이나 대학에 있는 의사들이 제약이 덜하기는
하지만 최근에 불거진 성모병원 백혈병 환자 사태에서 보다시피
대학병원도 제약이 심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환자와 병을 생각하면 원칙대로 치료를 해야하지만
보험적용이 되는 범위가 너무 좁다보니 보험규정을 초과하여 치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됩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보험규정을 초과하는 약을 쓰면 환자는 호전도지만
그 때부터 의사는 범법자가 되고
만약 보험규정에 맞게 치료를 해서 환자가 잘못되어도 의료사고의 범법자가
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게 의사들의 입장입니다
자세히는 모르더라도 이번성모병원 사태를 통해 어느정도 알게 되셨다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감기치료의 예를 들겠습니다
의료보험에서는 감기의 경우 호흡기약을 2가지 경우에 따라서는 3가지
이상 쓰지 못하게 정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증상이 심한 환자의 경우 이를 초과하여 3가지를 넘을 경우
그 약값을 삭감시켜 의사에게 약값을 걷어갑니다
게다가 감기환자의 경우 주사제를 주지 못하게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병원에 가면 주사를 맞지 않습니까?
그것은 병원에서 실제로 감기환자에게 주사를 주지만 청구는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공짜로 그냥 놔준다는 말이지요
왜냐하면 청구를 해도 감기라는 병명이 들어있을 경우 주사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삭감을 시키고 더 나아가서 이런 삭감이 많은 의원의 경우
실사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정부가 정한
보험 규정에 맞게 치료를 하거나 실컷 치료하고도 제대로 청구를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배운대로 소신껏 치료하기가 어렵고 소신껏 치료를 할 경우
경제적인 불이익(삭감,환수)과 더 나아가 행정적인 불이익(실사,자격정지)을
받게 되는데 한두번은 버틸 수 있지만 이를 끝까지 견딜 수는 없습니다
4.전문가 홀대와 직업을 통한 만족감 저하
의료와 의사에 대한 지나친 제약은 직업이 주는 만족감을 저하시킵니다
방금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도 삭감을 많이 당해봤는데 나중에 삭감당했다는 결과지를 보고 있으면
정말 엄청 열을 받게 됩니다
경제적인 손실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의사로서의 자존심이 상처때문입니다
이제껏 공부하고 익힌 지식과 기술을 보험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하나만으로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의 전문적인 소견을
묵살하여 "왜 그 약을 사용하였냐?"며 제제를 가해올 때
의료의 전문가로서의 자존감과 직업의식에 큰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없고
이런 것이 누적되다보면 직업에 대한 회의가 점점 커기게 됩니다
즉 돈을 떠나서 일 그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 의사,약사,치과의사들 가운데
의사가 가장 낮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최근 다음 아고라에 의사들의 글이 부쩍 많이 보이는데 시간이 나시면
그가운데 몇가지 만이라도 차근차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곳 게시판에서 의사들의 넋두리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 만큼 의사들의
현실이 어렵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5.약사,치과의사는 비교적 제약이 덜합니다
1)치과의사
치과의 경우 보철,교정이나 임플란트 같은 시술은 보통 몇 백에서 몇 천만원
까지 나갑니다. 그 이유는 바로 보험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보험이 안되기에 단가가 높고 그것은 최소한 돈의 관점에서만 볼때
치과의사의 미래가 가장 밝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보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돈이 된다는 것 이외에 또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보험이 되지 않는다. 즉 보험제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임플란트를 100만원 받을 수도 있고 1000만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주변의 시세와 여건에 따라서 가격이 형성되겠지만 원칙적으로는 시술하는
치과의사가 받고 싶은 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감기환자에게는 약을 2가지만 써라 ,이때 주사는 주면 안된다라고 의사들이
의료보험이라는 족쇄로 규제를 받는 것에 비하면 정말 부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돈도 더 벌 수 있고 무엇보다 내가 배운 전문지식과 기술,시술,치료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게 너무나 부럽습니다
만약 제가 20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무조껀 치대를 가겠습니다
2)약사
약사만 가지고도 이야기할 것이 너무 많지만 당연히 제약이 덜할 것이라는
것은 상식적이니 생략하고 한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약제비 환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어떤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약을 한달치 처방을 하고
1500원이나 3000원을 환자에게 받고 나머지 6500원이나 5000원을 보험
공단에서 지급 받습니다
환자는 그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 가서 한달치 약을 사서 먹습니다
이때 30일치 약값의 총금액이 50000원 정도 나오는데 환자가 약국에
지불하는 돈은 본인부담금 17000원 정도이고 나머지 33000원은 보험공단에서
약국에 지급합니다
한달뒤 심사평가원에서 이를 심사를 하는데 제가 처방한 약이 고가여서
이를 삭감 환수조치를 합니다
이때 약을 먹고 병에 도움을 받은 환자나
약을 팔아서 환자와 보험공단으로부터 모두 약값 전액을 지급받은 약사가 아닌
단지 약을 처방한 의사에게서 약값전액 50000원을 걷어가는데
이를 약제비 환수라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불합리하지요
상식적으로는 불합리한 이런 규제들이 의사들에게는 너무 많다는 것이고
약사는 훨씬 자유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대보다 약대를 가기를 권하는 것입니다
6.그래도 의대를 가려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분들은 의대를 꼭 가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1)슈바이처같이 거룩하고 희생적인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픈 사람을 돌보고 일을 하고 싶거나 종교적 신념때문에 의료로서
다른 사람을 돕고 자신이 믿는 신앙을 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
2)의대교수가 되고 싶은 사람
3)희귀질병,난치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하고 싶은 사람
4)집안이 많이 넉넉해서
먹고살 걱정, 돈 걱정 없이 공부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생각을 신념처럼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의사의
미래가 어려워져도 반드시 의대를 가서 훌륭한 의사가 되어 보라고
선배의사로서 권하고 또한 격려하고 싶습니다
만약 이런 경우가 아니라 단지 부모님이 권해서라든지
그래도 의사가 되면 앞으로 먹고 사는데 조금이라도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시험 성적으로 맞춰서 갈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먼저 이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말리고 싶습니다
이런 분들은 의대보다 치대,약대를 가십시오
" 난 반드시 의사가 안되면 안된다라"는 확고한 인생목표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더 오래 공부하고 , 더 많이 고생하고, 더 많이 규제 받으면서
대접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려운 길을 굳이 가지말고
더 나은 길을 찾아 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본인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의대 지원을 못하게 하려는 악의적인 방해공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진짜 의사들의 미래가 어렵나?라고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줄 압니다
하지만 편견을 버리고 상식선에서 지금까지 제가 이야기한 내용을 몇번이라도
반복해서 읽고 깊이 생각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면 만약 제가 20년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치대를 가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번에 시험을 친 제 조카에게도 치대와 약대를 권했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십년이 아니라 평생을 좌우하며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미래도 영향을 끼칩니다
대학이라는 인생의 큰 관문을 앞둔 수험생과 그 옆에서 마음 졸이고 있는
가족분들에게 부족한 저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깊이 고민하시고 현명한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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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이 글을 보게되어 오르비에 현직의사분들 의견 듣고 싶어서 올립니다.
앞으로 더 좋아지지 않을 거란 것도 알고 있지만,
치과의사분들은 의대가라, 의사분들은 치대,약대가라 이런현상이 반복되네요.
결국 위에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올해 입시도 성적 순으로 의치한을 가겠고,
결국 어느 누군가는 의대,치대,한의대 정원을 채운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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