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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저씨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란 글이 수년 전 유행한 적이 있다. 노래방에 가지 마라. 멘토놀이 하지 마라. 가족한테 올인하지 마라….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만큼 사회도 변했다. 이제 50대이거나 50대를 앞둔, 나를 포함한 아저씨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1.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며 울컥하거나 동병상련을 토로하지 마라. 당신은 이선균이 아니다. 그냥 이사님, 부장님, 팀장님이다. 그럴 시간 있으면 남들을 얼마나 배려해왔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라.
2. 말하기 좋아하는 걸 소통이라 착각하지 마라. 특히, 회식자리에서 묻지도 않은 말들을 시시콜콜 늘어놓지 마라. 부동산, 주식, 인간관계, 자식 자랑, 연애시절, 취미, 특기… 당신의 모든 것? '안물안궁'(안 물어보았고, 안 궁금하다)이다.
3. 리액션(반응)을 강요하지 마라. "내 얘기 재미없어?" "이 유머의 포인트가 뭔지 모르겠어?" 리액션을 기다리며 말로, 제스처로 압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권력형 괴롭힘이다.
4. 단톡방에 정치인 비방 글이나 짤(사진·동영상) 올리지 마라. 정치성향이 다른 이들도 함께 있음을 명심하라. 표현의 자유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따로 단톡방 파서 즐겨라.
5. 남녀 불문하고 상대방이나 제3자의 외모를 평하지 마라. "예뻐졌네!" "요즘 좀 날씬해진 듯?" "오늘은 얼굴이 수척하네?" 칭찬도 못하냐고? 누가 당신을 보고 이렇게 말하면 좋겠는가. "요즘 배가 보기 좋게 나오셨어요!" "오늘따라 눈가의 주름이 예쁘신데요?"
6. 아무 농담이나 던지지 마라. 당신이 재미있다고 상대방도 재미있을 거라 여기는 건 오판이요, 오만이다. 하나도 안 웃긴다. 99%의 망언은 '웃자고 하는 얘기'에서 나옴을 기억하라.
7. 공공장소에서 목소리 높이지 마라. 사무실에서, 식당에서, 커피숍에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직장 동료나 서비스직 종사자에게 무례한 태도로 큰 소리를 내는 것은 어른의 행동이 아니다. 삼가고, 또 삼가라.
8. 후배들을 호기심 푸는 대상으로 삼지 마라. "연애는 하고 다니니?" "결혼은 언제 할 거야?" "아버님 뭐 하시지?" 프라이버시나 정치성향에 관해 묻는 건 절대 금물이다. 대한민국은 당신의 호기심 천국이 아니다.
9. MZ 세대에 대해 함부로 아는 척하지 마라. "요즘 애들"의 성향을 멋대로 규정한 뒤 "같은 세대로서 어떻게 생각하냐?" "MZ 세대는 원래 그러냐?"는 말로 당혹스럽게 만들지 마라. 어쩌라고 하는 질문인가.
10. 자녀나 젊은 후배에게 레슨프로가 되려고 하지 마라. 캐디가 되어라. 그들이 살아갈 필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그때그때 골프 채를 가져다 주고 몇 미터 남았는지만 알려줘라.
11. 후회하지 마라. 결코, 잘못 살았다는 식으로 말하지 마라. 과거는 당신이 걸어온 최선이었다. 지난날에 감사하고 인생 후반전에 대비하라.
12. 자신의 판단이 그릇됐음을 알고도 아닌 척 고집부리지 마라.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하는 자세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에게 배워라. 그게 진짜 전문가다.
13. '착한 사람' 증후군에 중독되지 마라. '악플' 좀 달리더라도 할일은 하라고 해서 지천명(知天命)인 거다.
14. 별 거 아닌 일로 텔레그램 하지 마라. 그런다고 당신 하는 일이 중요해지지 않는다. '국정원 놀이'에 빠지면 사람도 망가지고 조직도 망가진다.
15. 편함에 익숙해지지 마라. 워드 작업 같은 것은 직접 해라. 하루 종일 결재 한두 개 하고는 "왜 이렇게 피곤하지? 너무 일을 많이 했나?" 길게 한숨 쉬고 퇴근하는 나무늘보는 되지 마라.
16. 친한 이들하고만 어울리지 마라. 고도근시가 되지 않으려면 다른 시각, 다른 경험을 가진 이들과도 만나라.
17. 인격도 피부처럼 노화됨을 잊지 마라. 나이 들수록 공감능력도, 자제력도 떨어진다. 인격도 '케어'가 필요하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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